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이 노래가 1991년도 여름의 끝자락 쯤에 나왔을 겁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던지라 새 앨범이 나와도 바로 그 소식을 접할 수 없었더랬습니다..
길을 오가다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그 음악을 들으며 서 있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음악이다 싶으면 가게에 들어가 그동안 모은 용돈을 털어 LP판이나 Tape를 구매하던 시절이었더랬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여 첫눈에 반하여 혼자 몰래 짝사랑을 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의 매점에서 일을 하던 그 사람의 모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갓 청년이 된 어느 사내의 마음 속에 훅 하고 들어왔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서관 매점을 찾아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과의 동기는 선배들은 저를 찾을 때면 도서관 매점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말까지 돌 정도로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매점에서 살다시피 했었으니까요..
그렇게 그 사람 모르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루하루 커져만 갔습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되어 학교를 잠시 떠나있다가 개학이 되어서 다시 학교를 찾아가서 그 사람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끝이 없더군요..
처음엔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더군요..
그런 마음을 알아챈 친구녀석을 저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대자보를 쓰는 커다란 전지를 사서 매직펜으로 제 마음을 대신 써내려가더군요..
죽 읽어보니 제 마음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지를 접고 또 접어서 그 사람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 사람도 아마 어느 정도는 제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둔하지 않은 이상 매일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퇴짜를 맞은 거지요..
그래도 일단 속은 후련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그렇게나마 전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 당시 가장 유행했던 곡 중의 하나가 바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였습니다..
그 같은 앨범에 <추억만들기>라는 곡도 있었는데, 카세트 테이프에 앞면에는 <내 사랑 내곁에>, 뒷면에는 <추억만들기>를 반복녹음하여 Auto Reverse가 되는 워크맨에 테이프를 꽂아 하루종일 그 테이프 하나만 들었더랬습니다..
그 노래를 들으며 그 사람이 자꾸 떠올라 혼자 몰래 울기도 했었더랬습니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하는 가사가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노래의 전주만 들으면 자꾸 그 시절의 생각이 납니다..
물론 지금은 그 때처럼 눈물을 흘리는 않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이 살짝 찡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글로라도 가벼이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때는 어찌나 힘겨웠는지..
그 사람은 뭐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그러기를 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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