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추석특집] 그가을 그노래
김한섭
2013.09.10
조회 93
지난 휴일날이었습니다.
마침 아내가 볼일이 있다며 외출을 했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먹을 것도 마땅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뭐~먹고 싶니?" 하고 물어보니
모두들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드디어 먹음직스런 자장면이 배달되고 제가 잘 비벼서
먹기 좋게 잘라주니 처음에는 곧잘 먹던 아이들이 반도 못먹고
남기는 것이 아까워 제는 제것을 다 먹고도 아이들이 남긴걸 꾸역꾸역
먹다 문득 떠오르는 오래전의 자장면과 아버지의 일이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날은 제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골살림에 자식을 고등학교까지 보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 그래도 공부를 곧잘 했던 저는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 아버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길밖에 없었지요.
항시 무뚝뚝하시고 애정표현이 없으셨던 아버지께서도 제가
성적표를 받아 오는 날이면 흐뭇해하시는 미소 띤 얼굴로,
앞으로도 떨어지지 말고 장학금은 받도록 혀라~
이렇게 한말씀만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시면 곧잘 제 자랑을 하셨다고 그러시더군요.
졸업식 날도 우등상을 비롯해 여러 개의 상장을 받는다고 말씀드렸더니
"니 엄마나 가면 되지~ 나까지 뭣 하러 가냐~"
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서운하고 아버지는 내가 상 받는것도
좋아하지 않나 부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그런데 상장을 받고 돌아서서 인사를 하는데 맨뒷쪽에서 박수를
열심히 치시며 환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제 어깨가
으쓱 올라가며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버지도 좋으시죠?"
졸업식이 끝나고 사진사 아저씨한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사진도 한방 찍고 게다가 자장면까지 사주신다고
읍내 중국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보니 바로 옆자리에
우리반 친구들 대여섯 명이서 자장면을 먹고 있더군요.
"어~ 반장도 왔네" 너는 상 많이 타서 좋겠다~" 하면서 말이죠.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자 아버지께서는
“니들도 자장면 먹으러 왔냐~
우리애하고 같은반 인가본데 니들 자장면값 내가 내마~"
하시는 겁니다.
아니, 자장면 대여섯 그릇값이 얼마인데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제 것과 엄마 자장면만 시키시고 아버지께서는 아침 드신 것이
속이 좋지 않다고 “어여 먹고 나오라”고 하시며 친구들 자장면 값까지
계산하시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날 속이 좋지 않으신 것이 아니고
기분이 너무 좋으셔서 사진 찍고 친구들 자장면 값까지 내느라
가지고 오신 돈으론 아버지 자장면값이 모자라서 거짓말을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제몫의 자장면 한 그룻을 다 먹고
엄마도 속이 좋지 않다고 저에게 덜어 주시는 것까지 실컷 더 먹었지요.
지금이야 자장면이 흔하디 흔하고 값싼 음식에 불과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자장면 한번 먹는다는 것이 큰 호강이라 생각했고
비싼 음식이었는데 친구들것까지 사주시며 당신은 드시지도 못한
자장면을, 아니 이제는 자장면보다 더 좋고 맛난 음식 많이
사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지
몇달 되지 않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졸업식 날 자장면 한 그릇 드시지 못한 일이,
그리고 제 손으로 자장면 한 그릇 직접 사드리지 못한 일이
가슴이 아파 그 후로 자장면을 먹을 때면 그날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말없이 주셨던 크나 큰 그 사랑.
이제 제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비로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갈때면 항상 아버지가 유난히 그리워지는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노래 한곡 신청해 봅니다
Elvis Presley - Love Me Tender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