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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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우면동날다람쥐
2026.04.17
조회 14

누군가 저에게 최고의 육아템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전거'라고 답하겠습니다. 앞에 한 명, 뒤에 한 명. 두 아이를 태우고 등원은 물론, 강부터 숲까지 참 부지런히도 누볐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타이어가 터져 수리점에 갔다가 그만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휠이 벌어져 더는 위험해서 탈 수 없다고 하더군요. 포기할 수 없어 다른 수리점도 찾아가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습니다.

“이거 이제 못 타요. 저기다 세워 두세요.”

사장님이 가리킨 곳에는 이미 임무를 마치고 마지막 운명을 기다리는 자전거 두 대가 서로 몸을 기댄 채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에 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마음이 참 묘했습니다. 고철 덩어리에 무슨 영혼이 있겠느냐마는, 추우나 더우나 거의 매일같이 12년을 함께했더니 마치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랄까요.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덕분에 예쁜 풍경도 많이 봤다고... 낡은 안장과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습니다.

자전거가 사라진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낯설었습니다. 습관적으로 거치대 쪽으로 발이 향하다, 아차 싶어 돌아서곤 했습니다. 늘 제 자전거가 서 있던 자리엔 벌써 누군가의 낯선 자전거가 자리를 잡았더군요. 그동안의 세월이 무색하게 빈자리는 금세 채워졌습니다.
저도 별수 없었습니다. 며칠 뒤,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새로운 자전거 한 대를 들였습니다. 확실히 요즘 자전거라 잘 나가고 안장도 폭신하네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굴러가는 바퀴를 보며,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굴러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소중했던 것들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또 다른 존재로 그 빈자리를 채우며 살아가는 것 말이죠.
우리 역시 누군가의 '떠남'이었을 테고, 또 누군가의 '채움'이었겠지요. 그 모든 순간이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어, 우리 각자의 풍경을 완성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청곡은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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