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이
아이가 아이가 예쁜 아이가
과자를 사달라 손을 이끈다
과자를 먹으며 뒷면을 읽는다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원재료 함량을 읽으며 문답한다
보존료가 뭐야?
과자가 섞지 않게 넣는 방부제란다
감미료는 뭐야?
설탕의 수백 배 효과를 내는 물질이지
이건 뭐야, 착색제 발색제 탈색제?
먹음직한 색을 칠하는 화학 물감이란다
유화제는 뭐야?
섞이지 않는 재료들의 접착제인 셈이지
그럼 어떡해, 다 몸에 나쁜 거잖아?
아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과자 봉지를 내려놓는다
그래 아이야,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뒷면이 중요하단다
너는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이
사람도 그의 이면을 읽어내라
그가 성공하고 유명해진 원재료가 무엇인지
그의 급성장에 어떤 힘들이 첨가되었는지
화려한 그 모습에 어떤 독성이 들어있는지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 찬찬히 확인하라
어떤 뉴스와 사건을 마주할 때도
먼저 그 뒷면을 냉철히 읽어가라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에 수록된 시,
‘과자 봉지의 뒷면을 읽듯이’ 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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