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16목 인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대아침
2026.04.16
조회 158
첫 아르바이트는 고깃집이었다. 한창 바쁘던 와중에 누군가의 주문 실수가 있었다.
손님이 생갈비를 시켰는데 양념갈비로 주문이 들어간 것이었다.
수기로 주문받은 내용을 적는 시스템이라 누가 실수를 했는지는 본인이 아니면 모르는 상태였다.
같이 일하던 알바생은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이었는데 여자 사장님과 주방 이모님은
뜬금없이 나에게 뭐라고 하셨다. 엄청 시끌벅적한 시간이었는데도 나를 혼내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홀에 다 들릴 만큼 컸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거기에 말을 보태 봤자 언쟁이 길어질 게 뻔해서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나름 첫 사회생활이었던 내게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너무 창피했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멘탈이 나간 채 계속 일하다가 의자에 걸린 손님의 카디건 위에
찌개 국물을 쏟고 말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했고
세탁비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고함이 날아와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손님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얼마 안 흘렸네요. 이 정도는 그냥 세탁기 돌리면 없어지니까 괜찮아요."

그 손님이 가시려고 하자 다른 아르바이트생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계산을 하려고 했다.
다시 한번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카드를 받으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는데
손님은 지갑에서 만원 한 장을 꺼내 나에게 건네셨다.
"나도 학생 때 아르바이트하다가 실수 많이 했어요.
혼도 많이 났고 원래 그 나이는 실수하는 나이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이걸로 집에 갈 때 음료수 한 병사 먹어요."

한 사람이 여섯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질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이다.
오늘은 내가 실수를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반대로 나도 언제든지 실수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 할까. 매 순간을 현자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음을 떠올린다면 측은지심이 내면에서 끓어오를 것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우리 조금은 넉넉하게 살아가자.
사소하게 베풀었던 모습들은 나에게, 내 가족에게, 내 이웃에게 궁극적으로는 다시 돌아온다.

*조유미의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