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적한 나뭇길을 걷고 걸어 올랐던 길.
오래전 새벽녘에 찾았던 고요한 남산은 없고 외국 관광객만 가득한
낯선 남산에서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남산에서 한 번도 타 본 적 없던 낯선 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던지 마땅히 잡을 손잡이 하나 없이 흔들리면서 왔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붙잡을 손잡이 하나 없이 가파르고 굽이진
남산길을 내려오던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들리는 날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이의 손을 붙잡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그 무렵, 머리 위에 손잡이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얼른 그 손잡이를 잡으려 손을 뻗을 때, 보았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꼭 붙잡아 줄 거라 믿었던 손잡이가 나보다 더 흔들리고 있는 것을요.
이쪽으로 저쪽으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손잡이가 누구의 흔들림을 그치게 할 수 있을까.
흔들리는 나는 그 나약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손잡이를 꼭 붙잡아 주었습니다.
손잡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의 흔들림도 제법 잠잠해지고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로 나도,
손잡이도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든든했습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흔들리고 있는 채로 더 흔들리고 있는 이를 향해
가만히 손을 뻗어 주는 일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내가 몹시 흔들리던 날,
나보다 더 흔들리던 당신이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처럼.
그리도 흔들리던 날들이 그 후로 잠잠해진 것처럼.
*서영식 산문집, <툭하면, 인생은>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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