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가끔은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그런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나쁜 사건 사고는 피하고,
옳은 선택만 하며 바른길로만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진 않을까 하고.
나는 세상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치고 싶을 때,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난다.
과거에 걸었던 거리를 똑같이 거닐고, 똑같은 숙소에, 똑같은 호수의 방을 잡는다.
머리보다 가슴속에 짙게 남아 있는 여행 장소와 함께 방문했던 식당도 다시 들러 밥을 먹는 등
과거의 행보를 똑같이 잇는다. 떠날 때도 도착했을 때도 보통의 여행이 주는 설렘 같은 기분과는
확연히 다르다. 살았던 것도 아니고,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반갑고 구수하다.
주변의 지인들은 한 번씩 과거로 떠나는 나를 보며 묻는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도 많을 텐데, 굳이 왜 갔던 곳을 계속 가느냐고.
그러면서 요즘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나 괜찮은 명소들을 추천해 주지만,
나에겐 그건 그거대로 이건 이거대로 갖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
시간이 흐른 덕분에 겉모양은 조금씩 바뀌어 보이고,
낯선 느낌이 들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한 모습들.
그 사실이 이상하게 기특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곧이어, 그때 나를 뒤흔들던 고민, 감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들이 고스란히 떠밀려온다.
동시에 수많은 장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장면들 속에는 과거 이후의 삶이 담겨 있고, 빠짐없이
“이번에야말로 조금은 성장했을까.” 하는 바람도 조심스레 깔려 있다.
과거로의 추억 여행이 좋은 이유는 영원히 닿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들을 몸소 겪고,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마치 먼 미래의 내가 과거로 시간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이 여행 속에선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게 뒤틀려버린 것 같은 괴리감과 함께 과거도,
현재의 시간도 모두 기적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과거는 과거임과 동시에 지금, 붙잡을 수 없는 현재이기도 하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은 하릴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추억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쌓일 만큼 쌓인 과거의 눈두덩이 속을 언젠가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기필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기를.
*김나리의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