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23월 꽃밭의 꽃과 들꽃의 차이
그대아침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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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한쪽, 주차장 옆에는 제법 큰 꽃밭이 있다.
원래 공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여러 가지 꽃들이 어우러져 자란다.
분홍 봉숭아꽃, 접시꽃, 보라색 흰색 도라지꽃.
트럼펫 모양의 크고 잘생긴 우윳빛 에인절 트럼펫. 
누가 이렇게 가꾸나.

봄날 이슬비가 내렸다. 근처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가 작은 삽을 들고 수국 앞에 서 있다.
이 단지에서 삼십여 년을 일하고 있는 그에게 반가워서 인사를 한다.
“어마 수국들이 이쁘네요.”
“자꾸 사람들이 파 가요. 같이 보면 좋은데.”
그는 틈날 때마다 풀도 솎아주고 지나가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늙수그레한 그가 꽃을 가꾸는 모습은, 답답한 경비실에 앉아 있는 그와는 달라 보였다.

어느 날 샛노란 달맞이꽃들이 일제히 피어났다.
나는 그 색이 너무 선명해서 아저씨에게 두 뿌리를 얻어 왔다.
아파트 복도에 있는 화분에 심고 들락거리면서 물을 주었다.
그러나 그 강렬한 노란 꽃은 기운이 없어지는 듯하더니, 피는 듯 마는 듯 그만이었다.
제자리에 그냥 두었어야 했다.

꽃밭은 건재했다.
늦가을 꽃들이 지고 나면 그는 추수 끝난 뒤 논에서 갈무리를 하듯 밭을 다듬었다.
다시 봄이 왔고, 꽃밭에는 싹이 나고 알록달록 꽃들도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꽃밭에는 돌보는 손길이 사라진 기색이 나타난다.
세수 안 하고 머리 안 빗은, 방치되는 아이의 낌새가 뚜렷했다. 
가꾸는 사람 없다고 금방 저렇게 되는 거야? 강둑에 자라는 들꽃들은 혼자 잘도 피는데... 

그래. 꽃밭의 꽃들은, 그러니까 사람의 손에 길들여졌다는 소리다. 
돌봄을 받는 것은 대가가 있다. 자급자족을 담보로 한다.

*서숙의 <내 사랑 프라이드>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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