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봉화에 사는 아는 분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은 서울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연이 좋아 귀농하신 분입니다.
그분이 인터넷 카페를 열었는데 그 카페 이름이 '꿈꾸는 항아리'래요.
저더러 한번 들어가 보라고 하시기에 저는 전화를 끊고 그 카페를 찾아갔지요.
어쩌면 그리 속 깊고도 넉넉한 이름일까?
그 항아리에는 어떤 꿈들이 담겨져서 향기롭게 익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찾아간 그곳에는 제목처럼 무던한 항아리며 물 고인 항아리 뚜껑 위에 내려앉은
풀잎의 사진들과 글귀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항아리, 하면 참으로 많은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예전 우리 고향집에는 큰 광이 있었는데 그 광에는 큼지막한 독들 사이로
중 키 작은 키의 항아리들이 보기 좋게 줄지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쌀에서부터 여러 가지 잡곡들이 들어있는 큰 독사이로,
밀가루를 넣어두는 꽤 키가 큰 팡파짐한 백자 막 항아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에 담긴 황주 엿 때문에 우리 어린 형제들에게는 꿈의 항아리였습니다.
항아리의 밀가루 속에서 꺼낸 꽁꽁 언 흰 엿을 툭 두드려 깨서 먹던 그 맛,
또 곶감을 차곡차곡 넣어두었던 항아리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 내게도 꿈을 담은 항아리가 있습니다. 고춧잎, 무말랭이, 취나물 등
가을에 정성 들여 말린 나물을 넣어두는 항아리가 내 사랑이 담긴 꿈의 항아리입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손때 묻은 항아리들을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작은 빌라까지 끌고 와서 그중 예쁜 항아리를 부엌 뒤 다용도실에 옮겨 놓았지요.
그리고 나머지 항아리들은 옥상에 올려놔 장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때때로 옥상에 올라가 가지런히 놓아둔 장항아리들을 닦으면서 말을 걸어봅니다.
잘 익어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된장도 열어보고 고추장 항아리도 한번 보듬어주지요.
주말이면 찾아오는 자식들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항아리를 열어서 나물새를 꺼냅니다.
물에 잘 불렸다가 들기름 참기름에 자작하게 볶아낸 나물들은
모진 병을 이긴 아들에게는 다시없는 보약입니다. 보약을 넣어두는 항아리,
저는 또다시 그 항아리에 무엇을 채울까 생각을 합니다.
저의 소원은 자식들의 건강이고 저는 그 항아리에 저의 소원을 담습니다.
*이기옥의 <나는 내 나이가 좋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