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111화 담을 넘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는 법
그대아침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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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람과 그걸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투명한 장벽이 있다. 
그런 장벽은 대체로 허리나 가슴 정도의 높이다.
무릎 아래라면 그게 바람이라고 의식하기도 전에 넘어가고,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면 욕망조차 사라진다.
가슴 높이의 장벽 앞에서 어떤 사람은 디딜 것을 찾아와 옷이 상하는 걸 감수하며 담을 타 넘고,
어떤 사람은 저건 못 넘는 담이라고 말하며 담 너머를 흘끔거린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수많은 바람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일 때가 많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슴 높이의 담을 넘는 것은 그리 우아한 일이 아니다.
디딜 것을 낑낑대며 구해 와 받치고 올라가서는 착지할 때 다칠까봐
담장턱에 매달려 버둥거린다. 사람들은 담장 너머의 좋은 것을 얻은 모습만 보기 때문에
무림고수나 액션배우처럼 단번에 몸을 날려 담을 넘은 줄로 착각한다.
세상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생업을 갈무리하고 간신히 이곳에 온 내가
모든 것으로부터 너무나 자유로워 가뿐하게 날아온 걸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만날 때 지체없이 담을 넘는 사람들은
한 번도 그렇게 해 보지 않은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저 너머의 것이 끙끙대며 담을 타 넘고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가 문제일 뿐이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서
그걸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버리기보다 가슴 높이의 투명한 담을 상상해 보자. 
내가 입은 옷을 더럽혀가며 힘들여 넘을 만큼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 
그만큼은 아니어서 멀찍이 넘겨다보는 걸로만 만족하는 것인지 알고 나면 
욕망도 신발장의 신발처럼 정리가 된다. 정리된 욕망은 자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남인숙의 <마음을 가지런히>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