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24수 9월은 쌀밥 먹는 달, 사과가 빨갛게 익는 달
그대아침
2025.09.24
조회 119
인디언들이 9월을 쌀밥 먹는 달로 부른다니, 다정하고 친근한 기억을 공유하는
가족 같습니다. 검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대평원을 상상해봅니다.
도토리를 따다가 도토리묵을 쑤는 인디언, 사슴은 땅을 파고요.
인간은 기분 좋게 모든 것을 거두어들입니다.
어린 밤도 따고, 먼 북쪽 지역에선 벌써 얼음이 얼기 시작합니다.

우리에겐 추석이 있는 달. 하늘이 높아지고, 손자들이 만든 송편을 먹으며 
보름달을 함께 먹습니다. 모두들 시의 마음이 점점 커져서 이젠 시적인 표현까지 동원하여
이름을 짓습니다. '남자들의 긴팔 셔츠가 상큼한 달' 9월, 오호, 그렇군요. 
'사과가 빨갛게 익는 달'이란 이름을 주신 분은
"잘 저장해둔 사과는 봄에 꺼낼 때도 향기가 무척 진해요" 하시네요.
분명히 사과 향기 진하게 나는 과수원 창고를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도 큰 과수원에서 사과를 키우셨어요.
오래된 사과나무에서 붉은 사과가 가지가 부러질 듯 달렸는데,
수확한 후에 사과 창고에 들어가면 향기가 참 좋았어요. 
다락방에 올라사과 향 맡으며 하늘을 보던 어린 날이 이 글을 쓰면서 
어제인 듯 떠오릅니다.

우리는 한목소리로 “9월은 참 좋고 10월은 더 좋아요”라고 했는데,
여기서 인디언들과 한마음이 되었다 싶어요. 이렇게 자연이 주는 축복으로 가득한데,
인간이 내세우는 욕심들로 평화와 안정을 깊이 못 느끼고 지나는 가을. 
제게 가을은 제일 바쁜 계절이라, 이 이름들을 통해 감각하는 계절이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과거를 미래로 불러 세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된 미래를 끌고 오는 힘은 바로 인디언들의 이런 시선이고,
그런 시선을 나누는 우리도 어쩌면 그 힘을 조금은 체득하게 되지 않을지.... 
기대가 헛되기보다 실감나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와
공명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덕분일 거예요.

*정은귀의 <딸기 따러 가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