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19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그대아침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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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 안도현 

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 가도 못하고, 가만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이 세상에서 오로지 두 사람만 존재한다고 믿을 때 연애는 진행된다. 
온힘을 다해 서로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게 바로 연애다.
연애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연애를 하는 것으로 점점 확장된다.
상대방이 살아온 시간, 기억, 주변 사람들, 혹은 상대방의 지갑의 두께도
연애에 관여한다. 상대방이 가진 흉터, 상처, 약점하고도 연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진정한 연애가 가능하다.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시간을 품는 게 연애다.

*안도현 산문 <그런 일>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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