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15월 기다림으로 배울 수 있는, 기다림의 미학
그대아침
2025.09.15
조회 180
요즘 일할 때 가장 견지하려는 태도는 '기다림'이다.
특히 나처럼 성미 급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보통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하나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 다같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를 너무 보채거나 다그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혼자 스케줄을 짜고 필요한 문서를 만들고 발표해서 한 번에 끝내 버리면 속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일단 광고라는 일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뿐더러 업의 경험을 쌓아 가면서 
그것이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교 시절 팀 과제를 할 때도 자료조사는 물론 보고서를 만들고 발표하는 것까지
주로 나 혼자 했다. 내가 손이 빠른 편이기도 했고 혼자라도 얼른 끝내야 친구들도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습관은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되었는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나에게 점점 너무 많은 숙제가 쌓였다.
해내면 해낼수록 내 에너지는 바닥나는데 "해낼 수 있잖아?"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나는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과부하가 된 상태에 치닫고 말았다.
크게 앓고 난 이후 나는 욕심을 내려놓고 적당히 선을 긋고 
동료들과 역할 분담을 하기 시작했다. 후배에게 할 일을 알려 주고
카피를 쓸 시간에 '차라리 내가' 하며 그 일을 해 버리고 말았던 시간을,
동료가 자료 찾을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알아보고 말았던 버릇을 꾹 참고 기다렸다.
나름대로 닦달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숱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내 부담은 줄었고 동료들과 함께한 노력으로 이뤄낸 아웃풋은
훨씬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동료들도 나를 믿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함께 해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빠른 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을 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번복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결정하면 더 이상 후회도 수정도 없다.
이렇게 내려진 결정은 도무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기다려야 한다. 후배가 스스로 끝낼 수 있도록, 동료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팀장님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것이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성미희의 <믜 카피의 생각 채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