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인데, 점점 연주곡이 어려워졌다.
연습을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수업을 받으러 가도 좀처럼 합격을 하지 못한다.
“자, 이 곡은 다음 수업 때까지 한 번 더 연습해 오세요.”
선생님은 여전히 친절했지만, 연습을 땡땡이치는 걸 다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마음을 먹고 집에 돌아와 연습했지만,
초반과 달리 왼손이 나서는 기회가 많아져서 쉽지 않았다.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다른 일을 시키다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다 있나.
시범 삼아 연주해주는 선생님의 손가락을 보면,
아무리 해도 저렇게 연주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진다.
그런데 수업 중에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도 음대에 다니던 시절의 꿈을 꿔요. 내일 시험을 앞두고 연습을 하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이는 거예요. 평소에 아무리 잘 치더라도
시험 날 한 군데라도 실수하면 큰일이죠. 그래서 시험 전날에
잔뜩 긴장하던 시절의 꿈을 꾸고 괴로워하면서 깨곤 해요.”
젊은 시절의 선생님이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힘들었다는데, 내가 금방 실력이 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나는 시험을 치를 일도 없으니까 편하게 어깨 힘을 빼고
꾸준히 연습을 하면 된다. 빨리 실력을 향상해서 어려운 곡을 우아하게
연주하고 싶다고, 무심코 욕심을 부린 자신을 반성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더 어려운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에 더해 오른발까지 사용해야 한다.
피아노의 페달을 신경 쓰면 손가락이 안 움직이고, 발에 집중하면 손가락이 정지한다.
수업이 끝나면 잔뜩 긴장한 탓에 땀범벅이 되고 만다.
*마스다 미리의 <그런 날도 있다>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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