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02화 당신의 인생을 연기하라, 어떤 역할이든 멋지게!
그대아침
2025.09.02
조회 187
대학생 때 《당신의 인생을 연기하라》라는 책을 읽었다.
어떤 사람이라도 연기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이 책의 제목이 자주 떠올랐고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일이 많다.
학생들이나 기업 실무자들에게 강의를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한다. 
언론 인터뷰를 하고 유튜브나 기업 사내방송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을 앞두고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응급실에 다녀오거나, 며칠간 병실에서 간병 혹은 대기를 하거나,
형이나 아버지 병환과 관련해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 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럴 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을 해야 하면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한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아니 늘 즐거운 일만 있는 사람마냥.
그것이 강연자로서 내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거나 없는 감정을 꾸며내는 건 분명 진실하지 않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 연기가 내게는 불가피하다.
내 감정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가라앉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연기를 해야 할 때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제목이 머릿속을 스친다.
오늘 이 순간 훌륭한 연기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연기는 늘 어렵다.
평소의 내 모습을 차분하게 연기하고 싶지만 가끔은 과장된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감정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할 때면 더 많이 웃고, 농담하고, 제스처도 크게 하게 된다.
내가 피에로 분장을 한 광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광대가 되면 또 어떤가? 내 강의를 들어주는 사람이 앞에 있고,
내 지식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광대가 되리라.

오늘도 나는 얼굴에 새하얀 분칠을 하고, 빨간색 물감으로 활짝 웃는 입을 그리고 강의에 나선다.
무대가 끝나고 화장을 지우는 순간까지 나는 최고의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내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준다면 나는 무대에 서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세계 최고의 광대가 될 것이다.

*김병규의 <하루의 가능성>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