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5화 세상 모든 예술은 불특정 다수가 만든 공동 작품이 아닐까
그대아침
2025.08.05
조회 159
오늘은 안부를 목소리로 확인하고 싶은 날이네요. 잘 지내고 있죠? 
오늘도 노동요를 들으며 작업하고 있으려나?
노동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직접 곡을 연주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악기가 있어요.
그 악기들만 모아서 뜻 맞는 친구들과 밴드를 만든 적이 있었죠. 이름하여 
'문방구 밴드'. 실제로 우린 함께 모여 합주도 하고 작곡 연습도 했어요.
음색의 중심을 담당하는 멜로디언과 리코더, 앙증맞은 존재감을 뽐내던 
캐스터네츠와 트라이앵글까지 전부 갖추고 들뜬 마음으로 멋진 연주가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던 문방구 밴드. 
상상만으로도 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물론 그 작은 꿈은 밴드가 맥없이 해체된 후 자취를 감췄지만,
오늘 아침 노동요를 듣다가 우리 문방구 밴드가 생각났어요.
남들에게는 수많은 허튼짓 중 하나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때 팀의 리더였던 나는
해체 원인을 다시 생각해 보았어요. 밴드에 없던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바로, 지겨운 연습을 견디는 지구력이죠. 아무리 취미라도 악기 하나를 다루기 위해서는
숙련이 필요한 법인데, 우리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싶었던 거죠.
지구력 말고 우리 문방구 밴드에 없는 게 하나 더 있었어요.
사실 나는 멤버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길 때마다 아무것도 조율하지 못한 무능한 리더였어요.
눈에 띄는 자리에서 메인 보컬을 할 생각만 했으니까요.
연습곡도 내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만 골랐고, 밴드의 정체성도 내가 결정했어요.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만 밴드를 구성하자는 처음 생각을 끝까지 고집했고,
예외를 두자는 멤버들의 의견을 무시했죠. 
연습곡 하나 정하면서도 음악적 견해차를 보인 문방구 밴드는
결국 결성 한 달 뒤 해체라는 파국을 맞이했죠. 

예전에는 합주나 합창만이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어쩌면 세상 모든 예술은 불특정 다수가 만든 공동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정 작가가 없었다면 보낼 수 없는 지금 이 편지처럼.

*고정순의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