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4월 '러너스 하이',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괜찮아지는 순간이 온다
그대아침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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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몇 번의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겨우 일어나 라디오를 켠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집을 나선다. 며칠 전부터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언제나 밤늦게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이던 내가 
어쩌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게 된 걸까.
힘든 일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점점 무기력해졌다. 모든 삶의 목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무기력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울음도 때가 되면 저절로 그치듯 불현 듯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무엇이든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때부터 무작정 무언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나는 절대 못 하겠지' 싶었던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하프 마라톤이었다.
몇 년 전 10킬로미터 마라톤을 달렸던 적이 있다.
완주 후 일주일을 절뚝거렸는데, 그 두 배에 달하는 하프 마라톤은
죽어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걸까.
내가 포기했던 대상에 대한 오기일까 아니면 고통에 대한 객기였을까.
어느새 나는 하프 마라톤 신청을 완료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대회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달리기는 그렇게 어색한 운동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한 번씩 머리가 복잡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조깅을 했는데 나름 효과가 좋았다. 
다만, 마라톤 준비는 좀 달랐다. 두 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 
그 안에 몇십 번의 한계와 포기를 유혹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1~2킬로미터를 꾹 참고 더 달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함의 구간이 찾아온다.
이 구간에서는 평온을 되찾고, 고민을 정리하고, 지난날들을 곱씹으며 달리기를 즐긴다.
이렇게 몇 번의 과정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가면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내가 조깅을 통해 얻은 것은 건강이나 뿌듯함보다 '버팀'의 중요성이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괜찮아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지금의 힘든 상황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면 내 인생에도
분명 '러너스 하이'가 찾아올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신발끈을 묶는다. 

*박성환의 <초보의 순간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