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조용할 때, 역설적으로 속은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잔잔한 음악 소리와 대조될 정도로 머리 안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마음을 어지럽히곤 한다. 생각이라는 것은 내 자의적으로 움직이는 법이 거의 없어서,
그 크기를 확장해 나가거나 여기저기를 들쑤시는 것을 막기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이십 대에 자취를 시작했을 때, 오피스텔에서 혼자 참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했었다.
지방이 고향인 나는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지내야 했다.
부모님이 주시는 비싼 오피스텔 월세를 내면서 공부는 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만 한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전공을 공부하게 되면 졸업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인지, 공채 조건이 변경되는 것은 아닌지,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나는 잘 적응을 할 수 있는 것인지까지 고민했다.
그때의 나는 부정적인 걱정이 섞인 생각을 하는 것을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대비로
착각했었다. '이건 이래서 하면 안 될 거야.' '그건 저래서 어려울 거야.' 미리 안 될 거라고
벽을 만드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었다. 생각보다 부정적인 점을 찾기는 쉽고,
고민한다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써버리곤 했었다.
걷다가 달려보기도 하고, 넘어져서 다쳐보기도 하고, 절뚝거리는 다리로도 걸어와 보면서
느꼈다.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은 사실 자신에 대한 가능성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 생각들에게 잠식당하지 않도록 단단한 자기만의 뿌리가 필요하다.
어떠한 불안감에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자기에 대한 믿음 같은 것 말이다.
나무가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은 쉽게 흔들리는 존재라서가 아니다.
언젠가 바람은 그친다는 것을 알고, 아무리 흔들려도 자신의 뿌리는 깊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흔들리고 힘들어지는 시기는 온다.
그러나 자신을 믿으면 된다. 누구보다 크고 깊은 뿌리를 가진 당신 자신을.
*김유은의 <우리 모두는 자존감을 붙잡으며 살아간다>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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