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은 웬만하면 기억하고, 만났던 사람과 나눈 대화까지 잘 기억한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난 사람에게도 먼저 인사하고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요즘 아드님 잘 계십니까, 요즘 아직도 술을 많이 마십니까, 안부인사를 묻곤 한다.
오래전 읽은 내용이지만 카네기는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서 다시 만날 때는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첫 번째 성공요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카네기처럼 이름까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만난 사람들의 얼굴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나는 카네기처럼 성공을 위해서 일부러 그런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 서로 친근한 마음을 표시하는 데는 따듯한 미소와
다정한 인사말 이상의 묘약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사를 나눌 때면 상대방이
나보다 높은 사람이건 낮은 사람이건, 나이 든 사람이건 나이 적은 사람이건 가려서는 안 된다.
나보다 높은 사람이나 이용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나 건네는 인사는 어쩌면 아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해야 할 평등한 것이고 어린아이라고 인사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인사를 먼저 나누는 것은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우선 내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라는 소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떠한 때라도 인사가 부족한 것보다는 지나친 편이 낫다.”
나는 톨스토이의 말에 동의한다. 인사를 나누지 않거나 대충해서 부족한 것보다는
좀 지나치더라도 확실하게 인사를 나누는 편이 나은 것이다.
나는 나부터 우리 아파트에서 인사의 전도사가 되려 한다. 받거나 말거나
나는 먼저 웃고, 먼저 인사를 하고, 먼저 "안녕하세요" 말을 하고, 먼저 “안녕히 가세요"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작은 행위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내 작은 인사가 모든 사람에게 전염이 되기를.
온 아파트 주민이 밝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그리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대궐이 되기를.
*최인호의 <인생 꽃밭>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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