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승부'로 바라보면 삶은 경기가 된다.
누군가를 지게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져야만 한다.
승리로 인한 기쁨보다 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더 크게 보일 것이다.
인생에 '정상'이 있다고 믿는다면 삶은 내내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아닌 모든 환경이 실패가 된다. 평지도 실패, 내리막은 공포다.
무조건 어디가 됐든 기어올라야 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여기서 멈추거나떨어지면
모든 게 부서진다는 부담감으로 삶이 피폐해지는 것도 모른 채 감당할 수 없는
높이까지 오르고 또 오른다. 정상에 도착해서도 힘겹게 올라온 길을 돌아보며
기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올라온 그 길로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는
불안이 그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또다시 오를 만한 뭔가를 찾아 허공에 손을 내민다.
나의 소원은 크지 않다. 안전하게 죽기를 바란다. 아마도 모든 인생이 그러할 것이다.
나도 겉으로는 그게 다가 아닌 양, 인생에 다른 뭔가가 있는 것처럼 떠들고 다니지만
그건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바를 외면할 수 없어 그렇다고 수긍해주는 것일 뿐이다.
내가 경험한 진실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안 좋지만, 성공해도
안 좋을 수 있는 확률이 반, 실패해도 좋을 수 있는 확률이 반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미련 갖지 말기를 바란다. 잘 풀렸다고 까불지 말고,
더럽게 안 풀린다고 세상을 원망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나의 실패가 자랑이 되었다.
망가졌던 지난 삶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 행복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좌절과 실패가 이제는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때 더 망가질걸 그랬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있었을 텐데...
가끔은 그것밖에 실패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분하고 억울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즐겁고 재밌다. 그날에 그 힘겨운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렇듯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그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테니까.
재미없는 작가의 삶처럼 최악의 실패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꽤 성공한 사람이다.
*김욱의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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