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라고 하면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현실에서 허락되지 않은 온갖 꿈이 떠오른다.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라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은 마음.
젊은 시절의 열정과 이상을 간직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아직은 늦지 않았다'라며
서로의 꿈을 무조건 응원해주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엄청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저 축하하고 싶은 사소한 기쁜 일이라도
생기면 아는 사람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초대해 작은 파티를 벌이고 싶은 마음.
그리하여 낭만하면 떠오르는 공간은 '살롱salon'이다.
내게 그런 낭만적 꿈을 되찾아준 곳이 19세기 살롱의 성지,
프랑스 파리의 낭만주의 미술관이다. 이 낭만주의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그 시절 낭만주의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작가 상드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쇼팽의 연인으로도 알려진 상드가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로서 뛰어난 재능 때문이지만, 정기적으로 살롱을 개최해 예술과 문학과
철학적 비전을 나누도록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에 '마음속 눈부신 젊음'을 유지하려는 온갖 노력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노년까지 영혼을 젊고 떨리는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죽음 직전까지
삶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이 자신의 재능과 내면의 행복을
계속 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끔은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상상하고 토론하며 마음껏 꿈꾸었으면
좋겠다. 남들의 비웃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갈 길만 바삐 걸어간 돈키호테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다다를 수 없는 별에 다다르고 싶은 끝없는 갈망.
낭만은 도달할 수 없는 꿈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런 낭만을 품고 살아가는 삶에는
언젠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아스라한 희망이 있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잊어버린 모든 꿈.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며 미루고 또 미뤄왔던 모든 바람.
막상 여유가 생길지라도 더 중요한 일들 때문에 결국 미뤄지는 것들.
우리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런 낭만적 꿈들을 이뤄낸 사람들이
여전히 내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정여울의 <감수성 수업>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