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사랑이란 건, 어느 한 사람의 특별한 지점에 이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 지점은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그럴 법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은 쪽일 것이다.
그 사람이 휴지나 가위를 사용하는 방법이라든가, 당신이 약속에 늦었을 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든가.
어쩌면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까지도, 당신은 당신 사랑의 좌표에 포함시킨다.
식당이나 술집에 갔는데 음식이나 술이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창가의 빛이나 조명 혹은
주인의 말투 같은 것에 영향을 받은 나머지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꽃집에서 중요한 건 잘 포장된 근사한 꽃다발이 아니라
꽃을 사겠다는 근사한 당신 마음의 상태가 박동을 불러오는 것처럼 말이다.
슴슴하게라도 사랑을 해야 할 것 같다. 계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 그만일 사랑을.
당신을 사랑해서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고 마는 사랑이어도 괜찮겠다.
사랑에 필사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처음은 우연이어도 좋겠다.
갈 수 없는 곳에 도달할 수 있으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으며,
그럼에도 시종 가슴이 울렁거리는 일, 넘치는 그것은 사랑이다. 그 길에 흐드러지게 꽃이 열리고,
귓가에 큰물이 굽이쳐 페달을 굴리고, 모든 시야에 걸려드는 사소함들을 환각하는 일,
배고픈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을 배운 적이 없어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세상은 사랑의 풍경을 보여주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니까 당신아,
우리는 그 페이지를 따라 여행해야 하고, 그 길에서 나 자신을 에워싼 모두를 괴롭혀서라도
영혼을 다 소모할 수 있을 때만 이번 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공 말고 주인이.
*이병률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