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24금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울 순 없으니까 한숨이라도 쉬나 보죠
그대아침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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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서울시극단 연습실에 도착했다.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을 연습하기 위해서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 도착할 때쯤 대체로 퇴근 시간과 겹친다.
광화문이 사무실 밀집 지역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의 모습을 몇 주간 연속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여섯 시가 약간 지난 시간.
누가 봐도 광화문 어딘가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이 역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많이들 양복을 입어 격식을 차린 모습이지만 퇴근 시간에는 조금 더 자유로워 보인다.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약간 숨통이 트인 기분이 느껴진달까? 일할 때 정장을 입지 않는 내가 
그 기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새로운 일터에서는 내가 가장 신참이다. 눈치껏 상황을 파악하고 조금은 쭈뼛거리면서
분위기에 섞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다양한 일을 시도해본 경험 덕에
모르는 것 있으면 최대한 잘 물어보고 늦지 않고 어디에든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는 게 전형적인 늦깎이 신입의 모습 같다.
몇 줄 되지 않는 대사를 내뱉는데 자꾸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맞춰야 하는 기타 연주가 자꾸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연극 출연에 관해서 인터뷰를 했다. 기억나는 대사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극 전체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사라고 하면,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라는 '거북이 알'의 대사다.
원작은 동명의 단편소설집으로,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이 질문을 한가운데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등장인물로서 리허설을 반복하며 이 질문을 계속 떠올렸다.
참고로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대사는 "울 순 없으니까 한숨이라도 쉬나 보죠."다.
울고 싶지만 한숨을 쉬면서도 어떻게든 해나가는 게 어른의 모습이겠지.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이 질문이 내게도 주어진다면 나의 답은 확실하다.
일하면서 울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한숨은 정말 많이 쉬었던 것 같다.

*윤덕원의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