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야, 사흘씩이나 서울에 있으니 엄마도 나도 민해도 집에 가고 싶어
좀이 쑤셔 못 견뎌 했다. 민해는 아침에 일어나 집에 가자고 발을 뻗고 조르더구나.
우리 식구는 우리가 사는 집을 좋아한다. 밖에 나가면 금방 집으로 가고 싶어 하지.
집을 좋아하고 고향을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늘 이렇게 아름답게 묶어둔다.
영심이 누나와 신부님이 그런 마음을 알기에 우리를 한시라도 더 묶어두고 싶어 한다.
할머니가 좋고 고향의 느티나무와 고향의 밤과 하늘이,
아침 새소리와 저문 산의 새소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너도 한국에 와서 살고 싶은 걸 거야.
떠나는 것이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너는 안다. 산새와 같다.
민세야,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네 일기를 보며 든든하기도 하고,
네 일상을 소상히 정리 정돈해가는 마음이 대견하기도 하구나.
중요한 것은 늘 자신에 대한 용서 없는 성찰과 새로운 다짐이다.
한발을 내딛는 마음을 스스로 감지하는 일이다. 보폭이 넓어지고 커가는 것이지.
너도 아빠처럼 자신의 발소리를 듣는 날이 올 것이다.
강가를 걷는 그 가슴 뛰는 자기 발소리를 말이다.
아빠가 늘 말하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너는 지금 그걸 몸과 마음에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보다 더 복잡하다. 현실은 용서가 없다.
비껴주지도 않고 비껴가지도 않는다. 늘 정면이다.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는 힘을 얻는 게 그리 힘들다. 너는 지금 충실하게 한 발은 이상에
또 한 발은 현실에, 한 눈은 이상에 또 한 눈은 현실에, 머리는 현실에 가슴은 이상에,
그러면서 세상의 순리와이치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지.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 한다.
너무 멀리까지 갔다.
민세야,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라는 말이 있다.
마음과 몸을 편안히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홀로 산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거라.
걷는 일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일이 네 삶을 크게 강화하고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평화는 쉬는 게 아니라 끝없이 움직이는 자유를 가져다준다.
사랑을 얻거라. 우리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너는 보여주거라.
안녕, 또 보자. 아빠가.
*김용택의 <마음을 따르면 된다>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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