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조그만 우체국 창구에 앉아
매일매일 누군가 들고 오는 마음의 중량을 달아
동전 몇 닢 매기는 우표장사 하고 싶다.
갯내 묻은 특산 김 물량 넘치게 팔아
국장님께 칭찬도 듣고
초등학교 고사리들 저금 걷으러 가다
새로 부임한 총각선생님의 눈길에
얼굴 붉어도 보고 싶다.
우체국 계단 제라늄 화분에 물 주는 일도
빠뜨리지 말아
언제나 내 자리에서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르신들 희뿌연 돋보기가 대신 되어
대처에서 보내온 용돈 찾아드리며 함께 뿌듯하고 싶다.
타이트스커트 하늘빛 블라우스에
어느 날 눈먼 그대
내 앞자리에 우표 한 장 붙이고 머뭇거리면
못 이기는 척 그의 손을 잡고 풍선처럼
푸른 하늘로 도망치고 싶다.
날아가고 싶다.
지금부터 한 살씩 거꾸로 먹는다면
아마도 일흔다섯이면 이룰 수 있는 꿈,
장래희망이다.
*고경숙의 시, <장래희망>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