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16목 사랑할 시간은 이 가을로도 충분하다
그대아침
2025.10.16
조회 238
모기장을 씌워준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흙 속에서도 부단히 알에서 깨어난 벌레들이 무와 배추 잎을 갉아 먹어서 안심할 수가 없다.
그렇더라도 모기장을 씌워주면 밖에서 나비나 나방들이 날아와 알을 슬지 못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벌레들을 잡다 보면 모기들 때문에 고생인데 
모기장 안에서 일을 하니까 모기에 물리지 않아도 되고 일석 몇 피쯤 된다.

그런데 올해는 모기장 아랫부분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며칠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니
텃밭에 씌워 있어야 할 모기장이 훨훨 텃밭 밖에서 나부끼며 날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얼마나 많은 나비들이 들어와 알을 낳고 갔을까?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벌레들이 참 많다. 
오늘만 해도 이렇게 많은 벌레들을 잡았다. 

쉬운 일이 어디 있을라고. 
한 포기 채소를 얻기 위해, 무엇 하나 먹기 위해, 
그래 한 송이 꽃을 보기 위해서도 그렇겠지 하물며 사랑을 위해서라니…

하루의 노을처럼 한 해도 저물고 있다. 
저 노을처럼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가. 
아니다. 사랑할 시간은 아직 이 가을로도 충분하다.
사랑으로 물들어갈 시간 이 가을로도 넉넉하다.
아궁이에 장작개비를 다섯 개나 넣었으니 오늘은 따끈따끈 아랫목이 행복할 것이다. 


*박남준의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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