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어. 작지만 아주 중요한 꿈이지.
나는 내 가족에게 창밖의 풍경보다 먼저 식탁에서 계절을 느끼게 하고 싶어.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는 냉이 된장찌개와 향긋한 달래무침,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와 상큼한 오이냉국, 깊은 맛 나는 추어탕과 전어구이,
살얼음이 살짝 띄워진 동치미와 얼큰한 생태찌개.
그것들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초대하려고 했어.
그것이 최고의 가족 사랑이라고 믿고 참 열심히 먹을거리를 준비했지.
하지만 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야.
남편은 점점 바빠지고 아이들은 다 커서 집 밖이 더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거기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주부의 일상에서 빛나는 성취감은 찾을 수도 없고.
갑자기 가슴이 서늘했어. 이렇게 늙어간다면?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쌓이지.
그렇다고 누구나 스트레스 때문에 휘청거리지 않아.
지혜롭게 잘 풀 줄 알면 오히려 약이 된다는데 말이야.
나는 내 방식대로 스트레스를 풀기로 결심했어.
젊은 시절 나는 영화 보기를 참 좋아했어.
아름다운 풍경, 달콤한 사랑, 그리고 멋진 인생.
적은 돈을 내고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2시간 동안의 여행이 참으로 근사했어.
그래서 요즘 나는 조조영화를 보러 다녀. 관람료도 싸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널찍한 영화관에서 마음 편히 볼 수 있고,
조조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 오는 어른들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아.
어느 날은 작은 보온병에 커피를 타 가기도 하고,
방울토마토를 반찬통에 담아 가기도 해.
최근에 역시 조조로 본 영화 '바그다드 카페' 덕분에 나는 행복해.
나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앉아 있었어. 어쩌면 우리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달달하고 고소하고 말랑말랑한 건 아닐까?
우리가 그걸 받아주지 않고 눈 흘기고 입을 삐죽 내미는 건 아닐까?
'행복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해진다.'
나는 괜찮은 영화 한 편 덕분에 철학자가 되기도 해. 이렇듯 조조영화가
더운 물에 잘 풀리는 질 좋은 비누처럼 딱딱하게 응고된 내 스트레스를
녹여주고 있어.
*조연경의 <행복줍기>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