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25월 일상에서 만난 토끼가 고된 하루만은 아니길
그대아침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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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방긋 웃으며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던 커다란 토끼가 인형 탈을 벗는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를 손으로 몇 번 털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구석진 그늘로 가 잠시 앉는다.
토끼 탈의 맑고 동그란 눈과 달리, 그 안에 있던 사람의 눈은 고단하기만 하다. 
꿈과 희망의 상징처럼 보이는 인형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안 순간은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내 머리맡에 선물상자를 놓고 간 사람이 산타가 아니라 
아빠라는 걸 알게 된 날만큼 충격적이었다.
괴리가 클수록 상실감도 큰 법, 토끼의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

커다란 인형탈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의 마음보다 
그 안에서 땀 흘리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에 더 공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고단함을 알게 되는 나이. 나는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어린 나에게 지금의 나는 어른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토끼 탈 안의 내 눈빛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건만, 
어쩜 산다는 건 이렇게 고되기만 한 건지.

같은 그림이더라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난 토끼가 누군가에겐 이벤트일 수도
누군가에겐 고된 하루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한순간의 기쁨이나 즐거움에 의지해,
그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위로해본다. 늘 아름답진 않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순간은 존재하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곧 찾아올 거라고.

*조선진의 <그림들의 혼잣말>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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