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22금 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그대아침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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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꾸미지 않은 이 집에서 발견한 최고의 기쁨은 바로 '하늘'이다. 
7층의 아파트 바로 앞에는 중학교가 있어 다행히 시야가 트여 있고,
학생들이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파노라마와 같은 하늘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하늘이 그렇게 재미있는 드라마이며, 영화이며, 스크린이며, 변화무쌍한 캔버스임을
몰랐다. 하늘의 도화지 위에는 항상 구름과 햇살과 비와 눈과 바람의 색채들이 출렁이고
때로는 달빛과 황홀한 노을이 신의 붓에 의해서 항상 채색되고 있다.

어떤 때는 러시아의 문호 고골리가 <죽은 혼>에서 표현하였던 대로
'하늘은 얌전하면서 휴일에는 때때로 주정을 부리는 수비대 졸병의
낡아빠진 군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초라한 하늘'이지만
어느 때는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라는 시의 한 구절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이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처럼 정체불명의 낯선 얼굴이 되기도 한다.

어떤 때 하늘은 발에 널린 빨래터가 되어 희다 못해 푸른 옥양목의 구름들이
빨래터에 널려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고양이의 눈이 되어 그렇게 맑던
저녁 하늘이 금세 흐려져 바람까지 인다.
이어 설마 비야 오랴, 하던 하늘에서는 어느새 주룩주룩 비를 쏟기 시작한다. 
이 변화무쌍한 하늘의 연출을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허락지 않는 구름의 결벽증, 단 한 순간도 똑같은 
곳을 비추지 않는 햇볕의 엄격성, 단 한 장면도 똑같은 모습을 연출하지 않는 
하늘의 다양성. 하늘의 특별 무대가 우리 집 거실 유리창 정문에서
매순간 공연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꾸밀 것인가. 
더 이상 우리 집에 무슨 화려한 가구가 필요할 것인가.
아내와 나는 요즘 하늘이 주는 재미에 빠져
도무지 지루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인호의 <가족, 뒷모습>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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