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20수 60점만 맞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그대아침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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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날들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진짜 인생 고수는 100점짜리 인생이란 허상에 불과함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짜 고수는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철썩같이 믿는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믿는 것도 재능이고 행운이기 때문이다. 

100점짜리 시험지에 대한 갈망은 학교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100점짜리 인생으로
대체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번듯한 배우자를 만나
안락한 집에 살면서 물질적인 풍요를 마음껏 누리는 것. 이것이 100점짜리 인생의 요지이다.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인생의 청사진이 너무나 철통 같기에 제대로 살아 보기도 전에
우리는 미리 짓눌린다. 마치 전쟁 한번 치르지 않고 제풀에 패배한 전사들처럼.

60점은 수우미양가로 치면 '양'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통상적으로 60~69점까지를 양으로 친다. 60점은 심리적으로 안도하는
마지노선 같은 것이다. 학력을 인정받는 시험인 검정고시도 커트라인이 60점이다.
물론 모범생들에게는 성에 안 차는 점수일 것이다.
그러나 양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 것이 우습고 시시한 일일까. 
한자 양에는 놀랍게도 온갖 칭찬의 뜻이 들어 있다.
양良- 좋다, 어질다, 뛰어나다, 아름답다, 경사스럽다, 공교하다, 편안하다, 
순진하다, 잘, 능히, 진실로, 정말.

숱한 통과의례의 질문들을 쏟아내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안다. 
자신과 화해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나는 내 인생의 전반을 틀어쥐고 있는가?”
“아주 중요한데도 남에게 맡겨 놓은 것은 없는가?”
어느 멘토를 찾아가도 원하는 만큼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 
그 의문을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려 애쓴다. 
그리고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60점, 양만 맞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정희재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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