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 이렇게 말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사랑은 순수한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상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는 것입니다.
순수한 사랑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밀당을 한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니 이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청년의 말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는 것이 순수한 사랑일까요?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 것이 순수한 사랑일까요?
내 감정을 속이지 않는 것과 순수한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내 마음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을 '순수'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내 마음을 감출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 마음을 적절히
감추고 상대편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이 진정한 순수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하다는 말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을 숨김없이 모두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끝끝내 나만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인내하며 내 안에 간직하는 것, 그것이 더
큰 의미의 솔직함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가면도 있지만
상대방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가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사랑은 내 감정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순수한 사랑은 상대편의 감정까지 생각한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이 가면을 쓰는 이유는 단지 나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나를 갖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나, 내게도 낯선 나를
어느 날 문득 만난다는 것은 삶이 나를 위해 감추어놓은 비밀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강연 등 여러 가지 일정으로 지방을 오갈 때가 많습니다.
어두운 들판을 가로지르는 밤기차의 유리창 속에서 어느 날 문득 제 얼굴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타인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나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낯선 나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럴 때가 있으셨는지요?
*이철환의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