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인생의 온갖 무늬를 만듭니다.
기쁨과 슬픔의 무늬가 고스란히 손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손은 그 사람의 인생입니다. 손은 그 사람의 삶을 대변합니다.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의 역경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손 또한 갖가지 모양과 표정을 지닌 얼굴입니다.
평생 농사를 지은 농부의 손은 고단하고 거친 얼굴을 지니지만,
아기의 볼을 쓰다듬으며 젖을 물리는 젊은 엄마의 손은 곱고 부드러운 얼굴을 지닙니다.
저는 각자 하나가 되는 손보다 함께 모여 하나가 되는 손을 더 좋아합니다.
두 손이 하나가 되면 아름답습니다. 그중에서도 기도하는 손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두 손을 쥐면 각자 주먹이 되지만 두 손을 펴서 가지런히 합치면 기도하는 손이 됩니다.
그 손은 인간에게 겸손과 사랑을 선물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제 삶을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기도하는 손 덕분입니다.
결국 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아름다워질 수도 있고 더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제 손이 더 이상 더러워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기도는 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마지막 진실의 창이므로 제 손은 기도하는 빈손이 되고 싶습니다.
빈손이 되어야만 제가 쓴 시, '손에 대한 예의'와 같은 예의를 갖출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 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힌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