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란 대립하는 것이라 했다. 하나밖엔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을 택하자니 일을 할 수 없고 일에 최선을 다하자니 몸을 돌볼 수 없다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과 좀더 좋은 간판이 되어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살아 있는 동안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멈추지 않고 찾아온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결정은 저마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다 중요한 가치, 그보다 덜 중요한 가치들을 구분해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두는데 이것을 '인생의 차트'라 한다. 보편적으로 생각해볼 때 상위에 랭크되는 것들은
건강, 가족, 일, 돈과 같은 것들일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결코 어떤 순위에도 함부로 놓을 수 없는 초월적인 가치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다른 것들과 저울질하면 순위는 말도 안 되게 내려간다.
당신은 친구를 포기하고 사랑을 택할 수 있는가? 가족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할 수 있는가?
왜 항상 사랑은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많은 가치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이며 배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사랑은 마음의 평화와도 정면으로 대립한다.
열정적인 사랑과 마음의 평화 중 사랑을 택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온한 마음과 의지가 되어주는 오랜 친구 같은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나 끓어오르는 마음과 맨정신으로 바꿀 사람이 흔할까.
도대체 사랑은 몇 번째 순위일까. 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랑이라 했을까.
그래서 사랑은 0순위이다. 때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인생의 차트에서 사람은
경우에 따라 돈과 가족을 놓고도 저울질을 할 수 있지만,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면 결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게 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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