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10목 서로의 일에 함께 울고 웃는, 그래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
그대아침
2025.07.10
조회 181
몇 달 만에 통화해도, 1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고 편한 사람들이 있다.
나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친구들이다. 이제는 성격과 성향, 
호불호 등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서로 맞추기도 편하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도 존재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 대학 친구들,
어느새 20년쯤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 이제 흩어져서 살고 있다.
먼저 결혼한 친구, 먼저 엄마가 된 친구 등 다들 시기는 달랐지만
지금은 모두 아이 엄마가 되어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문자나 전화로 달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텔레파시가 진짜 있기라도 한건지, 서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연락이 온다. 
일상을 잘 지내다가 불현듯 친구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해보면 그 친구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던 적이 종종 있다. 오래 보면 통하게 되는 걸까.
멀리 있지만 가끔 떠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오랜 친구들과 만나면 몇 가지 감성이 섞이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아이들 고민을 서로 이야기하다가 조금 시간이 흐르면
20살 때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이야기, 지금은 만나지 않는 그 시절 친구와 선배 이야기,
취직할 때 이야기 등 그 친구들이 아니면 나눌 수 없는 우리만의 추억이 대화의 소재가 된다. 
"그 누구더라, 이름이......."
이 말만으로도 콕콕 정답을 이야기해주며 모든 대화가 가능한,
웃음이 끊이지 않고 뜬금없는 말에도 대화가 이어지는 오랜 친구들은 고마운 존재들이다.

“목적을 두지 않는 편안한 만남이 좋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짐작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알면 알수록 더 편해지는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는 사람이 좋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 이유가 없어지면 떠나버리고 말테니까.
사람들 앞에서 생색내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좋다.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계산 없이 함께 있어줄 사람이니까.”

신준모 작가의 <어떤 하루>에 나오는 이 구절을 보면서 오랜 친구들을  떠올렸다.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의 폭이 좁아지는 반면 우정은 더 깊어진다.
서로의 일로 함께 울고 웃는, 그래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
뜬금없는 연락에 어제 만난 듯이 수다를 떠는 친구들이 있어서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진다.


*우혜진의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