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07월 안전한 착륙을 도와줄, 낙하산이 되어주는 단어를 떠올려봐요
그대아침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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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꿈에서 자주 떨어졌다.
매번 같은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기 전에 꿈에서 깼다.
키 크려고 그러는 거라고 했고 그때는 일 년에 십 센티씩 컸다. 
추락하는 게 무섭긴 해도 불만은 없었다.
딱 키가 클 만큼의 어둠 이후에 무사히 꿈에서 깨어났다.

콜드플레이 1집 <parachutes> 일시 품절이 풀렸다는 문자를 받곤
이 앨범이 추락하는 나에게 줄 수 있는 낙하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 내가 꿈에서 자꾸만 발을 헛디디는 이유는 뭘까. 
낙하산 없이도 어둠에서 잘 깨어나는 법을 알고 있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나는 한동안 불행에서 영 깨어나질 못하는 기분이다. 
나쁜 꿈은 현실에서부터 시작했다. 익숙한 얼굴들이 나와서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소식이나 슬픔을 안겨 준다. 꿈은 잔인하게도 내 상상 속에서 
한 번쯤 떠오른 가장 나쁜 하루를 살게 한다.

낙하산이라는 단어만으로 위안 받는다.
나에게 낙하산이 되어주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친구와 가족, 책과 영화, 좋아하는 앨범을 손에 쥐는 것.
이런 게 있지. 삶에는 이런 게 있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게 필요할 만큼 위험해 본 적이 없었지. 
하지만 어른이 된 나에겐 이제 위태롭게 추락하는 중에 무사히 착륙하게 
도와줄 좋은 단어가 필요하다. 
좋은 것들을 연상하게 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송재은의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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