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의 '조화'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닮은 것끼리 맞붙어 어울리는 것. 또 하나는 다른 것끼리 갖다 댔는데도
썩 잘 어울리는 것. 색으로는 유사색과 보색 같은 거다.
나는 그런 조화라는 얄궂은 말이 좋다. 생판 다른 것끼리 어우러져 하나인 양
구는 게 신기하고 웃기다. 닮은 것과 다른 것을 나누는 기준은 또 어떻고.
단 하나가 닮아도, 달라도 그렇게 불릴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조화라는 건
애초에 닮고 달라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영 같을 수도, 영 다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시끄럽고 조용한, 눈부시면서 어두운, 탁하면서도 상쾌한.
조화로운 것을 떠올려 본다. 화단의 파란 잔디와 찌르르 풀벌레,
길을 걷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 사람이 건너는 횡단보도와 그걸 가로지르는 자동차,
도로 위의 불그스름한 노을과 마음 급히 떠 있는 달.
다시 문장을 조각내 섞어 봐도 괜찮다. 어쩌면 당신과 나도 다르면 다른 대로
닮으면 닮은 대로, 그 사이에 섞여 어우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비슷한 게 있다고 너무 들뜨지도 말고,
다르다고 너무 조바심 내지도 말고. 원래 그런 거니까.
'우리'라는 단어는 당신이 당신일 때, 내가 나일 때 가장 조화로울 수 있으니까.
머리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마저 힘들다고 느껴질 때쯤, 드디어 멀리 시선 끝에
도시의 빛이 들어온다. 경사진 도로를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빛무리가 늘어난다.
조용한 흥분과 함께 걸음이 빨라짐을 느낀다. 머물던 큰 도시에서 염증을 느끼고
떠나온 사람이 작은 마을의 빛에도 가슴이 뛰는 건 얼마나 신기하고 웃긴 일인가.
머물던 육지와 떠나온 섬이 그랬고, 수평선을 사이에 둔 하늘과 바다가 그랬다.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조화로운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세상이 조금은 더 제멋대로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선뜻 말을 걸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정현의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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