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03목 나는 어느 요일을 닮은 사람일까
그대아침
2025.07.03
조회 228
A가 “요즘 너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져
일요일 밤이 아닌데도 일요일 밤 같은 느낌이 들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A는 아마 모를 것이다.
안 그래도 요새 A에게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많이 털어놓는 것 같아서 속으로 찔렸었는데,
내 나름대로는 많이 거르고 삼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소중한 사람에게 일요일 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나 자신을 참을 수 없어졌다.
문득 나는 하루를 보내며 타인을 얼마나 칭찬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좋아하는 편지를 적을 때 칭찬의 말을 적는 사람일까.
각자의 고민을 하며 이 계절을 보내는 우리가 작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 명 한 명의 좋은 점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이 있었을까.

“어제는 그런 꿈을 꿨어. 우리 동네에 홍수가 났는데, 폭우 속에서 나만 우산이 없이 서 있는 꿈.”
망고를 닮은 친구가 요즘 꿈을 자주 꾼다며, 엄마에게 했다던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지는 꿈이었다.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그 꿈 이야기를 들은 망고의 엄마는 한참이나 더 아팠겠지. 
“그래서 엄마가 뭐래?” 하고 묻지는 못했다.

나 역시 빗속에서 혼자 우산 없이 서 있던 순간이 있었다. 
몸이 젖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손에는 다 우산이 있다는 것,
언제나 그런 것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나를 곁눈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빠졌을 때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 순간이었다.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부정의 말을 내뱉으면 부정 탈까 봐 늘 걱정이지만,
망고가 슬픈 꿈을 꿀 때마다 우리를 모아 놓고 꿈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색색의 과일 바구니 속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니까. 
폭우 속에서 우산을 쓰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곁에서
손에 쥔 우산을 내려놓고 싶다.

*안대근의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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