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02수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그대아침
2025.07.02
조회 323
나는 이름에 관심이 많다. 사람 이름, 나라 이름, 나무 이름, 꽃 이름 등등.
전국의 수많은 지명이 어떻게 그렇게 각각 다르게 지어졌는지,
꽃 이름, 나무 이름도 어쩌면 그렇게 다르게 딱 어울리게 지었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람 이름 중에서도 도전, 용기, 우물, 무던이 같은 이름이 멋지다. 
서울, 공주, 부여, 파도리, 고요리 같은 지명도 근사하다.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수수꽃다리, 채송화, 은방울 꽃….
이름만 불러도 기분이 좋아진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많았다.
집이나 학교, 동네, 어디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나면서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마음이 사나워지려고 할 때, 아파서 신음이 저절로 나올 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마음이 금세 누그러지고 순해질 것 같다.

거짓말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말이 있다.
“우리 인자는 거짓말 안 해.”라는 말이었다.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지나가는 말처럼 들었던 말이다.
'너,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하지 않을 거지?'라는 말보다 몇 배 더 부담되는 말이었다.
어떤 메시지가 이름과 함께 입력될 때 훨씬 단단하고 힘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는 이름 앞에서 꼼짝없이 약해지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싶다면 먼저 이름부터 불러야 한다.
수만 송이 꽃 중의 하나가 아니라 세상에서 유일하고 특별한,
하나뿐인 '너'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가야 한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아주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그것'에서
소중하고 특별한 '너'를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부르고 싶은 이름, 생각나는 이름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 언제일까?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일까, 가슴이 뛰는 순간일까.
아니면 터치가 이루어지는 순간일까?
내 생각에는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은 아무래도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일 것 같다.

*송인자의 <시간의 다락-읽히지 않는 책들에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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