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11목 생각이 무거울 때는 차라리 다 태워버려야 한다
그대아침
2025.12.11
조회 127
생각에는 끝이 없다. 스톱stop이 아니라 포즈pause, 
아주 잠시 멈춰둘 수 있을 뿐이다. 멈추고 싶어도 잘 멈춰지진 않는다. 
과도한 생각은 독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지긋지긋할 때도 많다.
요가나 명상 같은 걸 한 번 배워봐야 하나. 요가는 왜 명상을 기반으로 할까?
명상을 통해 생각을 비우고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미 자유롭도록 선고받아 세상에 던져진 우리에게 자유란 뭘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 의문은 나에게 무한동력이다. 
숨 쉬듯이 하는 것이다. 끝없는 의식의 흐름.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둑으로 막아 세워도 언젠가는 흘러넘치듯이. 

생각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덜 했다면 밤에 그만큼 채워서 한다.
딱히 새로운 질문은 아니고 늘 해오던 것의 변주일 뿐이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평소에 하지 않던 새로운 생각에 빠지면 꽤 기분이 좋다.
멍을 때리는 와중에도 옆에서 누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라고 물으면
“나 아무 생각 안 해.”라고 답하지만, 정말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적은 없다.
평소에 정말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다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사람이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할 수가 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너무 재밌어서
멈추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는데 말이다. 때론 그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렇게나 써내려간 게 각 잡고 쓴 것보다 훨씬 맘에 들었던 적도 많다.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마음이 무겁고 지치는 날에는 차라리 다 태워버려야 한다.
숨이 터지기 직전까지 실컷 뛰고 오든지 양팔의 감각이 다 사라질 때까지 푸시업을 하든지.
숨이 차고 피가 돌 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은 뒤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린다. 지금 이 생각들도 실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읽던 책이나 마저 읽자. 새로운 생각으로, 밝은 샛길로 빠져보자.
충분히 사유하되, 자주 태우고 비워버리자.

*최유수의 <환상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