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113목 멋지게 성공하거나 당당히 실패하기
그대아침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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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고얀 습관이 하나 있다. 무엇이든 배울 때 처음 한두 번은 못해야 하는 버릇이다.
스노보드를 배울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운전 연수를 받을 때도, 수영할 때도 그랬다.
선생님들이 가르쳐준 대로 한 번에 해내지 않았다. 
우물쭈물하고, 겁난다고 말하며, 섣불리 시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첫 수업에서는 다시 오지 않을 학생처럼 쓸쓸히 퇴장하기 일쑤였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연습해봐야만 했다. 
푸닥거리지 않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두 번째 수업에 참석했다.
그러고는 담담히 지난번에 하지 못했던 것을 성공해보였다. 선생님들 반응은 늘 비슷했다.
“어? 오늘은 되네? 그렇게 하는 거예요! 생각보다 안 어렵죠?” 

처음 배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몸에 힘을 빼고 뜨면 됩니다.” 
선생님은 이미 배영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쉽게 말했다.
다행히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자유형을 이미 배웠던 터라
몸 어느 부분의 힘을 얼마나 빼고, 어떻게 뜨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고얀 습관이 한발 빨랐다. 
“선생님 저... 저기... 어린이 풀에서 혼자 연습해보고 와도 되나요?” 

그렇게 안전지대에서만 머물다가 나의 습관을 꿰뚫어보는 분을 만났다.
바로 요가 선생님이다. 스무 살에 요가를 시작해 2년쯤 관뒀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서너 곳의 요가원에서 여러 선생님을 만났다.
아무도 내 습관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크게 대꾸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선생님은 대번에 콕 집어 말씀하셨다.
“솔, 그거 되게 나쁜 습관이에요.”
모르는 척 되물었다.
“네?”
“시도를 미루는 거요.알고 있잖아요. 시도해봐도 될 만큼 팔 힘이 세다는 거.”

나만 속으로 확인하며 되풀이하던 습관을 누군가 소리 내 설명해준 건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말은 내가 이미 아는 내용임에도 힘이 셌다. 
꽁꽁 얼어붙은 습관을 콱 내리찍었고, 광광대는 소리와 함께 균열을 냈다.
언 습관을 깬 것은 선생님의 도끼 같은 말이었지만, 그걸 전부 녹여 없애는 것은 내 몫이다.
나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50대 50 확률에서 도망가지 않겠다고.
멋지게 성공하거나 당당히 실패해야지. 

*박솔미의 <오래 머금고 뱉는 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