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112수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그대아침
2025.11.12
조회 155
나무에게 바람이란, 어렸을 때는 무서운 훈육 주임이고, 사춘기에는 친구이고, 
청년기에는 연인이며, 장년기에는 질서와 규율이고, 노년기에는 스킨십을
잊지
못하게 하는 추억과 같습니다. 어린 나무에게 바람은 무서운 존재이기에
어린 나무는 뿌리를 멀리 벋어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나무가 좀 더
커서는 바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친구처럼 대하고,
어엿한 나무가
되면 바람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연인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가 장성하여 숲의 주인이 되어갈 즈음이면 바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더 크고자 하는 욕망을 통제하는 훈육 주임이 됩니다. 무서운 것도 잠시, 
수백 년이 흘러 노목이 되면 무성했던 가지와 잎들도 사라지고 엉성한 가지들 
사이로 바람도 피해가고 가지들의 울렁거림도 사라집니다.

하늘에서 무한정 쏟아져 내리는 빛이 다다르는 곳마다 데워지는 속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때 발생하는 온도차가 잠자코 있는 공기를 들쑤셔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하는데,
이 현상이 바로 바람입니다. 기본적으로 온도차가 클수록 바람이 빠르게 불고,
기압차가 클수록 바람이 세게 붑니다. 바람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습니다. 잠잠하다가도 먹이의 냄새를 맡으면 하이에나가 떼로 몰려들듯,
바람 또한 양지를 찾아 어슬렁거리다 쏜살같이 달려듭니다.
따라서 바람이 분다는 것은 어딘가에 뜨거운 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장자는 바람을 일컬어 땅이 숨 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숨은 에너지를 교환하므로 결국 바람은
모든 생명의 근본이 됩니다.

만약 바람이 없다면 세상은 생기를 잃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에게도
휴식은
필요한 법입니다. 칠팔월 오후의 땡볕아래에서는 바람도 쉬어갑니다. 
이때 나무들은 열매를 키워야 하는데 무풍지대에 놓인 범선처럼 무료한 
하루를 보냅니다. 바람은 소원을 나타내기도 하고 새로운 기운을 몰고 오기도 합니다.
전쟁과 기아, 오염, 자원의 고갈 등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요즘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구가 떠오릅니다.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우종영의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