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사랑의 슬픔과 상처를 가르쳐주므로 지혜의 샘이 된다고도 한다.
왜 사랑을 얻을 수 없는가, 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가를 질풍노도처럼 내달리며 질문하면서
'인생이란 도대체 뭘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의 소명인지도 모른다.
청춘의 시기,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의 실패를 통해 우리는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고뇌할 단서를 얻게 되곤 한다.
그리하여 실패한 사랑은 우리 정신의 키를 훌쩍 키워주는 강력한 영양제가 되기도 한다.
고백을 통한 관계의 형성보다 그 마음의 에너지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쏟는 것이
더 나은 시기가 인생에는 있다. 고백을 하고 받아들여져 연애를 시작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연의 아픔을 경험하거나 하는 결과론적인 시작과 끝만이
사랑의 의미 있는 경유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음에 사랑을 간직한 상태,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의 에너지가 내 속에 존재하는 바로
그 순간들의 상태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의 에너지가 나를 행복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루어지건 그렇지 않건 그 사랑은 내게 좋은 사랑이다.
사랑의 감정도 생로병사한다. 사랑의 마음이 생겨나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번 탈피를 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형태로 병들어 소멸하기도 한다.
짝사랑이기 때문에 고백하든 접든 서둘러 끝장을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이 내 가슴에 뿌리내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인생은 길고, 우리가 평생 경험할 사랑의 역사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내게 좋은 사랑이라면 자연스럽게 어떤 단계의 탈피를 하게 되는 때가 온다.
고백을 하게 되든, 나의 경우처럼 사랑 아닌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어가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점은 사랑을 품고 있을 때 내 감정이 풍부해지고 생의 느낌이 충만해지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짝사랑하는 자신을 비하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많이 노출되고 생활이 무기력하고 황폐해진다면, 그것은 내게 나쁜 사랑이다.
그 경우라면 고백을 통해 관계를 빨리 전환하거나 끝내는 게 낫다.
*김선우의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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