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좌석에 앉아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내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길과 땅이 내 앞으로 달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차는 빠르게 달려가고 있지만, 나는 힘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다.
두 다리를 써서 뛰어보라.달려간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것이고 뛰고 나면 숨이 차서 헐떡댈 것이다.
결국 동력(動)을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 하겠다.
내가 힘을 쓰면 달려간다는 느낌이 확연해지고, 자동차가 달리면 길이 내 앞으로 달려든다.
힘을 쓴다는 것은 사실 괴로운 일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 다리를 써서 앞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산다고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그러니 ‘왜 사는 게 어려운가?’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 또한 간단하다.
‘내 모든 힘을 무진장 써서 앞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힘을 써야하니 고달플 수밖에.
인생은 고해, 고통으로 가득 찬 바다와도 같다. 하지만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이지
바다가 나쁘거나 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바다를 원망할 일은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그 바다를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괴로운 바다, 즉 고해가 된다.
이처럼 삶이 힘든 까닭은 뭔가 얻기 위해서,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선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들게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때론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러너스 하이’ 상태를 만들어준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힘을 쓰는 일이라 괴롭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러너스 하이란 것이 있어 때론 즐겁고 심지어 황홀경에 들기도 한다.
사람이 즐거운 것은 꼭 돈을 많이 벌었거나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성장 호르몬이 마구 분비되는 동안에 즐거운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힘들어도 재미가 있으면 즐겁지 않은가 말이다. 현실은 여전히 고통의 바다이건만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괴로운 차이는 바로 성장 호르몬의 차이란 생각도 든다.
*김태규의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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