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29월 용기있는 질문,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대아침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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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엔 아침밥을 같이 먹는데, 나무가 슬슬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를 들썩들썩했다. 곧 뭔가 일을 벌이겠군! 생각했는데
역시나 국그릇 위에 손을 가까이 대고는 손가락을 담그려고 했다.
평소 같으면 “국에 손 담그면 안 되는 거야~” 하고 말하며 제지했겠지만
그날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나무가 곧 손을 내렸다.
나는 아, 매번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어 조금 기뻤다.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스스로 멈추다니 기특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안심하며 방심하던 찰나!
나무가 갑자기 팔꿈치를 들어 국그릇에 담갔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말릴 틈도 없었다.
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그 순간엔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안심하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서 배신감이 두 배가 되었다. 나는 화가 났다. 

그러자 나무가 다소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 말을 들으니 날카롭게 미간을 세우고 있던 내 얼굴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런 일로 또 너무 쉽게 화를 냈구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난감했다. 나무는 이제 내 기분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을 땐 제힘으로 되돌리려고 애쓸 줄 알게 된 것 같다.
자기가 애써도 쉽게 기분이 바뀌지 않는 것 같으니 내게 그 방법을 묻기도 하면서. 
나는 나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묻던 나무의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상대방의 감정을 그저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좋아질 수 있도록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그것도 소용이 없다면 직접 물어보는 용기에 대해. 나도 마음이 어긋나 대화가 어렵게 된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좋아질 수 있을까? 물어보았다면 어땠을까. 혹은 나 자신에게. 
굴을 파고 한없이 한없이 가라앉아 캄캄한 어둠 속에 있었을 때, 어떻게 하면 마음이 밝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면 어땠을까.
무언가 대단히 달라지진 않아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엔 힘이 있어서 상하고 다친 마음이 바로 달라지진 않더라도
달라질 수 있는 씨앗을 심는 일이 될 때가 많다.
그러니 이제는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잘 심어보자고, 시도해보자고, 또 한번 다짐해본다. 

*안미옥의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