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22월 그대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그대아침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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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산다.'는
어느 문화심리학자의 글을 떠올렸다. 그의 말에 의하면 행복은
하루 중에서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나는 많이 웃고 재미나게 사는 삶이 행복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구수한 된장국이나 오후의 산책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단다.
하얀 침대 시트 깔고, 침실 조명을 아늑한 백열등으로 바꾸었을 때 느꼈던 행복감….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뒤 월급봉투 전부를 포기하고
아내로부터 하얀 침대 시트를 얻어냈다고 했다.

때때로 가을이 오고 길가의 노란 은행나무 잎의 낙하를 보며 덜어내고 비우는 허소의 겸허를 배운다.
그 노란 춤사위처럼 욕심 없이 흙으로 돌아가면 맑아지는 것일까.
돌아보면 주변의 행복한 사람들은 집착이 없다. 작은 일에도 만족하며 산다.
도자기를 배우고 우표를 수집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늘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그 물음을 통해 구체적인 답을 얻고 실천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까.
어떡하면 남보다 더 큰 집에서 살까. 어떻게 유명세를 탈까 집착하지 않는다.

내 책상 위에는 십여 년 전 어느 가을, 우리 가족이 고창 선운사로 소풍 간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속의 나는 파란색 줄무늬 원피스 차림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두 아이를 꼭 껴안고 있다. 초등학생 딸아이는 내 손에 수줍게 턱을 괴고,
미키 마우스 모자를 쓴 유치원생 아들은 사진 찍는 아빠를 향해 찡끗 윙크를 날리고 있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워도 즐거웠다.
꽃무릇 양탄자가 깔린 숲속에서 김밥을 먹다가 사진기를 잃어버려 일회용 카메라로
찍으면서도 좋았다. 장난기가 발동한 남편이 복분자를 먹고 보라색 혀를 내밀자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 하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참 많이 깔깔댔지만 행복인 줄 몰랐다.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아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더 재미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수첩에 적어보려 펜을 든다.
어느새 달빛이 창에 비치어 방안이 환하다. 머리맡 창문을 활짝 여니
서늘한 가을바람이 건들거린다.
붓꽃과 반달을 얘기할 동무 몇이 있어도 좋은 날이다.

*박경숙의 <미용실에 가는 여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