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면 마냥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자유로움이란, 아무래도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가면 갈수록,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구속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령, 휴가가 끝났을 때, 대학생이었다면 며칠은 자유롭게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글도 쓰고 쉬엄쉬엄 나의 현실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른이 되어버리고 나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세상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쉴 틈 없이 직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또 하루라도 아이를 돌보지 않을 수는 없다.
삶을 끌고 나가기보다는, 끌려가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여행이니, 데이트니, 글쓰기니, 돈벌이니 하는 것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시절이 되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유로움의 영역은 지극히 작아지고 만다.
그때의 자유란 오늘 어떤 샴푸로 머리를 감을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무슨 음악을 들을까,
저녁 메뉴는 무엇을 선택할까 정도가 된다.
살아가면서 힘을 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런 작은 순간들에 관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힘이라는 것은 내다보면 나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날들을 이끌고 가나 싶다가도, 또 일어나 문밖을 나서고 바깥 공기를 마시면 힘이 난다.
온몸에 힘이 없어 아이를 어떻게 씻기나 싶다가도, 아이랑 같이 욕실에 들어가면 어디서 힘이 생긴다.
그런 힘을 기대하면서, 이다음 순간에 힘이 날 것을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으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다음 순간들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아마 어른이 되는 일이고,
힘을 내는 일일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아가는 것, 책임지는 것, 살아가는 것 말이다.
내게 힘을 주는 것들을 생각해본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
좋은 음악을 한 곡 틀면 몸을 일으킬 수 있다.
몽롱한 기분에 잠겨들 때,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신이 든다.
내일을 생각해야 할 때, 그곳에 있을, 나를 반겨주는 사람과 웃음 같은 것을 생각하면,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수한 작은 것들이 삶을 이끌어준다.
*정지우의 <너는 나의 시절이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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