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15금 그대의 하루에 기뻐 춤추고 싶은 순간이 많아지기를
그대아침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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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싶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령, 인도에서 사흘 밤낮을 기차를 타고 가다 지평선에서 붉게 달궈진 
동전 같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봤을 때가 그랬다.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 인사동 거리.
늘 어스름 녘이나 밤풍경만 익숙하던 인사동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적 끊긴 거리, 적요, 느림..
내 몸을 채우고 있는 세속의 찌꺼기들이 모두 걸러지고, 투명한 피톨이 힘차게 돌던 그 아침.
나도 모르게 스텝을 밟고 있었다. 날짜도 기억한다. 12월 23일이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한강변을 향해 걷던 날.
보도블록에 튀어 오르는 햇살이 바짓가랑이에 튀었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고,
끝끝내 어느 곳에도 당도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을 평화가 그곳에 있었다. 
온몸이 심장이 되어 들썩이던, 4월 28일 한낮. 

쫄깃한 반죽에 팥을 듬뿍 넣어 굽는 붕어빵 좌판을 발견했을 때,
내가 전화를 거는 순간, 상대도 내 번호를 눌러서 서로 통화중이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 그래서 한동안 통화를 못할 때,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회를 본 뒤 
미술관 밖으로 첫걸음을 뗄 때,
파지줍는 동네 할머니의 리어카에 새 옷 넣은 쇼핑백을 가만히 얹어 두고 올 때,
한 남자가 자신을 트럭 운전사라고 밝히며 어떻게 하면 티베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느냐고 물어올 때,
그 통화를 하는 전화기 너머로 슁슁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마음이 먹먹해질 때,
자주 들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어 상대의 장점을 말해 주자
“그렇게 말해 준 건 네가 처음이야"라고 얘기할 때,
그래서 어떤 이의 아름다움을 세상에서 가장 먼저 알아본 행운에 감사할 때,
춤추고 싶었다.
춤추고 싶었던 순간마다 나는 죽음 너머에서 후회 없는 한생을 맛보았다.

*정희재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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