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13수 내일도 행복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오늘의 행복을 망치지 말기를!
그대아침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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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를 쓰면서 마음이 변했다.
나는 더 이상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행복이 주어져도 그걸 받아내지 못했다.
매일매일, 아니 하루 걸러 하루라도 계속 행복하면 그 삶이 행복한 삶이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내 삶에 외형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아내가 출근할 때 집에 두고 간 빨간색 모닝을 틈틈이 얻어탄다.
그 사이에 저축이 조금 늘어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2년치 생활비가 예금 잔고에 찍혔다.
물론 허수다. 만약 내가 차를 샀으면 1년치로 줄어든다.
그리고 카메라를 사면 그때부터는 마이너스다.
나는 마이너스 통장보다는 2년치 잔고를 가지고 있는 편이 100배는 행복한 사람이다.

50대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에게 남아 있던 빡빡하고 무서웠던 시절의 아픔과 이별한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삶을 살아갈 방법에 대해 생각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털어낸 것 같다.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의무감과 집착이 사라진 자리에, 일상의 행복이 돌아왔다.
이 행복은 계속될 것인가, 이런 상황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공포였다.
쓸데없는 질문이다. 나는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된다.
오늘 행복한데, 내일도 행복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그날의 행복을 망치는 삶을 살았다.
난 진짜 바보처럼 산 것 같다. 오늘 행복하면 된 것이다. 그래야 내일도 행복하다.
이 간단한 것을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렇게 살면 '대책 없는 화상'이라고서로 놀렸다.
우리는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 아니라 누군가 행복해지지 않도록 서로 괴롭혔다.
 
숨이 터질 것같이 마지막까지 달려가는 것을 멋있다고 하는 사회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덜 바쁘게, 더 웃기게, 더 많이 웃고 
더 편안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더 적당히 살 것이다. 행복도 너무 열심히 
추구하면 도구가 되어버린다. 나는 이제 내가 배웠던 것과 다른 길을 가려 한다. 

*우석훈의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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