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31목 완전히 무너졌을 때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그것이 사랑
그대아침
2025.07.31
조회 156
사랑을 하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동안 자기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게 된다.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불완전하게 중첩시킨다.
두 존재의 교집합을 만들어 포개어둔다. 
나의 일부 위에 상대를 포개고 상대의 일부 위에 나를 포갠다. 
서로를 완전히 포개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일부를 가장자리에 남겨 둔다. 
한 손은 밖으로 뻗고 나머지 한 손은 맞잡고 있는 모습으로 사랑은 드러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매 순간 2인 3각처럼 함께 걸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사랑은 즐겁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랑의 전체 과정을 두고 본다면 사랑의 고통은 늘 쾌락보다 큰 듯하다.
마치 순례길을 걷듯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단한 일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란
아무리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기쁘고 유쾌하기 위해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수많은 굴곡에 홀로 굴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난 속에서도 기꺼이 서로의 일부를 내어주기로 결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내내 사랑은 우리를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한 사람처럼 걸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매일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마주 보고 걸을 수 없으므로 매 순간 서로의 표정과 낌새를 확인하지 못한다.
함께 걷는 리듬과 템포에 조금 적응이 됐다 싶으면 사랑은 어느새 끼어들어
두 사람의 스텝을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휘청거리게 된다.
때로는 서로를 붙들지 못한 채 함께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오랜 걸음과 고난에 지친 나머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사랑에 능력이란 게 있다면, 완전히 무너졌을 때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일 것이다.
끊임없이 찾아올 마지막 순간에 체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신력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고 조금씩 덜 비틀거릴 수 있을 거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함께 버티는 법을 터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최유수의 <사랑의 목격>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