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김혜자예요. 저는 이제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중입니다.
정신은 맑지만 몸이 무겁네요. 드라마 보시고 좋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작가의 산뜻한 의도를 잘 표현해보려고 이리저리 상상해보며 연기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길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마음이 몹시 분주하고 여유가 없다는 얘기를
하느라고요. 말실수를 잘해서 본래 인터뷰를 겁내는데.. 이해해주세요♡"
"잘 지내시지요? 제가요... 좀 아픈 중이에요. 그러니까 앓고 있어요.
이렇게밖에 답을 못 드려 미안합니다. 저는 좀 못됐나 봐요. 그냥 어느 날
써주신 기사를 보고 날 이렇게 써주시다니, 아 행복해, 아 재미있어... 이러고
싶은가 봐요. 웃기지만.... 이해는 할 수 있겠다.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건강히 잘 지내세요♡"
배우 김혜자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문자를 보낼 때마다 이런 답신을 받았습니다.
거절의 메시지를 이토록 정겹고 따뜻한 문장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거절을 당한 사람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자신을 더 낮추면서
상대를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거절을 당하고도 진정으로 '존중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 남겨진 그동안 거절로 인해 생겨났던 상처들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로 '대화의 기술'에 대해 강의할 때마다 '김혜자체'를 예로 들곤 했습니다.
구십 평생을 연극에서 '연극인들의 어머니'로 산 이병복 선생님은
사람을 다루는 연출 능력이 탁월한 분이셨어요. 평생 연극을 했지만,
배우들을 앞세우고 키워주느라 앞에 나서서 인터뷰 한 번 한적 없는 어른이었기에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고, 송구합니다. 저는 뒷광대예요. 뒷광대는 그저 무대 뒤에 엎드려서 배우를 키우는
사람입니다. 관심 가져주시니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족해요."
설득 끝에 만나 뵈었을 때, 40년 동안 한 극단을 대표로 이끈 리더십의 비결로
'잘 거절하는 게 잘 거두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거절하는 자세에서 그 사람의 진짜 인품이 드러납니다.
인터뷰를 하기까지 가장 많이 거절당했던 두 어른을 제가 더 존경하게 된 이유입니다.
*박상미의 <마음아, 넌 누구니>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